쉬니를 처음 만난 날

2018. 9. 23. 12:28Shini the Cat


쉬니 입양 이야기






유학 생활을 끝내고 직장 생활을 한 지 약 2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연속 3일 고양이에 관한 꿈을 꾸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고양이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연속 3일 나왔을까 싶어서 토론토 동물 보호소 (Toronto Humane Society)를 갔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나지만, 유난히 고양이에게 더 끌렸다.

학교 다닐 때 고양이가 보고 싶으면 종종 동물 보호소에 들리곤 했었다.

학생 때는 고양이를 키울 조건이 되지 않았고 직장을 잡고서는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어 기회가 되면 고양이를 키우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리 입양 절차 학습겸 동물 보호소에 들렸을 때 입양 신청서 한 장도 들고 왔었었다.

그리고 언제가는 입양할 마음으로 빼곡히 있는 질문지에 답을 써 놓았었다.




Toronto Humane Society @ 11 River St., Toronto





미리 작성해 두었던 입양 신청서를 들고 고양이 꿈 3일 연속으로 꾼 날, 문 닫기 한 시간 전에 토론토 동물 보호소를 갔었다.

번호표를 뽑고 (그 날 입양할 생각도 없었는데 번호표를 왜 뽑았던지.. ㅎㅎ)

한 바퀴 둘러보니 새끼 고양이는 한마리 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새끼 고양이 입양이 되냐고 물어봤다.

새끼 고양이들이 워낙 인기가 많고 그 시간에 입양을 하려는 사람들이 좀 있었기에 안될 걸 알면서 그냥 물어봤다.

역시나 한 가족이 입양하려고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근대 이상하게 입양할 생각이 없었는데 고양이들을 보고 나니 나이가 좀 있는 고양이라도 입양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몇 마리 정해놓고 직원한테 입양하고 싶다고 말하려 갔었다.

정한 고양이한테로 가는데 그 마지막 남은 새끼 고양이 입양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직원이 내 담당 직원한테 와서,

"내 입양 신청자 집에 6개월 된 아기가 있다네. 그래서 그 새끼 고양이를 입양할 수가 없어. 네 입양 신청자랑 진행해도 되겠어".

라고 했다. 참고로 어린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새끼 고양이를 입양 보내지 않는단다. 서로 정신연령이 비슷해서 서로에게 안 좋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직원에게도 얼마나 감사한지. 만약 그 가족이 입양을 못한다고 말 안 해 주었다면, 나에게 기회가 안 왔을 것이다.



그 당시의 입양 신청서 보면 정말 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그리고 6개월 안에 중성화 수술하겠다는 서명도 해야 했었다.

만약 안 한게 밝혀지면 입양한 고양이는 동물 보호소에서 다시 데리고 가겠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현재는 동물 보호소에서 수술을 다 하고 입양을 보내는데 대신 입양비가 $100대이다.

내가 입양할 때는 도네이션이라서 원하는 만큼 내면 되는데 보통 $20 이였었다.



Source: https://www.torontohumanesociety.com/pdfs/Cat_Adoption_Questionnaire_2017.pdf





입양 심사를 거치는데, 한 여자 아이와 엄마가 와서는 "우리 딸이 저 새끼 냥이를 무진장 원하는데 우리가 입양하면 안 될까?" 그런다.

내 담당 직원은 이미 입양 진행 중이라서 안 된다니깐, 아줌마는 심기 불편하다듯이 순서 번호도 자기가 먼저인데 왜 안 되냐고 따진다.

난 속으로 '아.... 역시 새끼 냥이는 안 되는 건가' 싶었었다.

근대 하늘이 우리를 인연 맺게 해 주려고 했던 건지, 내 담당 직원이 약간 짜증이 포함된 단호한 목소리로 그 아줌마한테 말했다.

"이 여자분은 신청서도 다 작성해서 왔고 입양할 준비가 다 된 분이다. 하지만 넌 지금까지 어떤 고양이도 정하지도 못했고 신청서도 작성 안 했잖아.

난 이 분과 입양 진행을 해야겠어."

그 분의 말투가 아직도 안 잊어진다. 어찌나 단호했던지... 그렇게 두 신청자를 제치고 쉬니를 입양할 수 있었다.










케이지에서 이렇게 퍼질러 자고 있었다. 케이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안 잊어진다.

그 날 준비된 건 정말 입양 신청서 한 장뿐이였다.

입양할 생각도 안 했었는데 그저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동물 보호소를 간 것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고양이 한마리와 함께였다.

고양이를 보러 갔다가 난 간택을 당한 것이었다.






쉬니가 우리 집에 온 첫 날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 박스 안에서 어찌나 울던지.

울다 멈추고 숨구멍으로 코를 들이밀고 상황을 살피는 듯했다. 이때 코 보고 어떤 사람은 쥐 아니냐고 그런다.

오해할 만도 하다. 보통 고양이는 케리어 안에 넣고 이동하는데 나는 상자였으니 누가 고양이라고 생각했을까.

집에도 정말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다.

토요일 저녁이었고 집 근처에 있는 펫샵은 이미 문을 닫았었다.

급한 대로 슈퍼에 가서 모래랑 사료랑 통조림을 샀다.

모래 상자는 그야말로 아무런 상자를 구해서 모래를 뿌렸다.






가장 편안한 곳을 찾아서 쉬고 있는 쉬니




지하철에서는 그렇게 울어대던 녀석이 집에 오니 원래 지 집이었던 마냥 금방 적응했다.

지금 쉬니 모습이 어릴 때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미묘인 것 같다. (고슴도치 맘임.. ㅎㅎㅎ)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왜 맨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는지 궁금하다.

쉬니는 동물 보호소에서 태어났는지 생일까지 있었다. 2007년 5월 25일생

이렇게 쉬니가 3개월 되었을 때 우리 집에 와서 십 년 넘게 같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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